커리어
‘기분 점수’를 활용한 팀원 업무관리 노하우
[목요일 커리어] 퍼블리 에디션 | 2024-12-05
기분은 분위기가 되고, 분위기는 성과가 된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업무 능력과 팀워크를 키워주는 회고록 작성 노하우
● 나를 객관화하고 팀원을 이해하는 툴! '기분 점수' 노션 템플릿
● 초기 스타트업이 거치는 시행착오를 기록한 리더의 업무 일지
저자 알고케어 BizOps(비즈옵스) 알토v
팀원이 한숨을 푹 내쉽니다. 순간 팀장인 내 가슴도 철렁하고 내려앉습니다. A 님께 오늘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내가 오전에 요청한 업무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별 생각이 다 들지만 나 혼자 오버하는 것 같아 묻지 못하겠습니다. 'A 님,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목까지 올라오는 말을 삼킵니다. 다시 일에 집중하려고 해봐도 잘 되지 않습니다. A 님의 그늘진 표정으로 자꾸 시선이 갑니다.
아마 여러분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팀원들을 챙기고 이끄는 입장이라면 특히 공감하시겠죠.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감정 상태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니, 감정은 우리의 업무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감정은 개인의 영역에 속해 꺼내놓고 다루기 어렵습니다.
조직 규모가 성장해 관리할 인원이 20~30명,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팀장의 입장은 더 곤란해집니다. 업무에 접점이 없어 한 주가 가도록 말 한 마디 못 나눠 보는 동료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오가며 마주치는 직원들의 안색이 좋지 않아 내심 걱정되지만 다짜고짜 말을 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속한 조직은 고심 끝에 '기분 점수'라는 것을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분 점수'는 스코어가 아닌 인덱스입니다. 1~5의 숫자로 공유하는, 부담이 적은 최소한의 일 단위 감정 표현이죠.

처음 기분 점수를 시작한 계기는 사일로 현상(silo effect,다른 부서와의 정보 공유 및 소통·협력을 외면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조직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심해지면 팀과 팀 사이에 울타리가 생깁니다. 신뢰가 줄고 다른 팀의 사정을 이해해주려 하지 않으며 각자의 리소스와 이익만을 고려하게 되는 거죠. 업무 접점과 대화가 줄어들어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는 자기 행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타인의 행동은 '사람'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각각 외적 귀인, 내적 귀인이라고 하는데요. 내 잘못에는 언제나 핑계가 있지만 타인의 잘못은 "걔 원래 그래"가 되는 거죠.
기분 점수 기록은 이런 오류를 줄여줍니다. 동료의 기록을 보면서 타인의 맥락을 이해하고, 내 기분을 기록하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회고의 성격을 갖고 있어 매일 짧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기분 점수를 기록하면서 저희 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팀은 1년 넘게 기분 점수와 간단한 회고록을 남겨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은 업무 환경을 능동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댓글, 칭찬 등의 소통이 늘어나 팀원들의 근로 만족도도 소폭 높아졌습니다.
기분 점수와 회고는 공개된 공간에 남기는 자발적인 기록이므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습니다. 저는 배려하고 배려받는 문화 속에서 우리 팀의 분위기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많은 수정과 보완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시행착오가 같은 방법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다른 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분 점수와 회고를 남길 수 있는 포맷을 노션 템플릿으로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어렵지 않게 기분 점수 기록을 시작해 보세요.
내 기분을 점수로 객관화하다
기분 점수는 오늘의 기분을 5점 척도로 표현합니다.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정량화해 표현하는 겁니다. 이 방식은 '표정이 어두운 걸 보니 기분이 안 좋겠구나'라고 일방적으로 추측하거나 '오늘 기분이 울적합니다'라고 본인이 기술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습니다. 그래프로 추이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분 점수 5점 척도]
1점: 아주 좋지 않았어요
2점: 좋지 않았어요
3점: 그저 그랬어요
4점: 좋았어요 5점: 아주 좋았어요
기분 점수의 가장 큰 장점은 기분을 데이터로 살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때, 구성원끼리의 점수 비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한 수준의 기분일 때 누군가는 4점을 주고, 누군가는 2점을 주기 때문입니다. 기분 점수의 진짜 의미는 팀 전체의, 또는 개인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왼쪽 이미지는 우리 팀 전체의 1개월분 기분 점수 추이입니다. 오른쪽은 개개인의 당월 기분 평균을 지난 1년의 평균과 비교해본 표인데요. 우리 팀의 주간 업무 루틴과 추이를 비교하거나, 재택근무 등 근무 형태의 변화와 연관 지어 살피는 등 여러가지 가설을 비교하며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꺼낼 수 있습니다. 막연히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느꼈던 팀원이 지표상으로 생각보다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팀은 한 달에 한 번씩 기분 점수를 종합해 위처럼 꺾은선 그래프와 표로 공유합니다. 단순히 5점짜리 기분 점수가 모인 것뿐이지만, 팀원들은 자기 기분을 돌아보며 다음 달의 업무 방향에 대한 영감을 얻습니다. '더 좋은 컨디션을 위해 어떻게 해야겠다'라거나, '내가 지난 한 달 내내 저기압이었구나'라거나, '이런 부분을 터놓고 논의해 봐야겠다' 등의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것이 기분 점수의 쓸모입니다.
그런데 기분 점수의 진짜 장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이해입니다. 처음에는 보통 동료를 이해하는 데서 더 큰 의미를 느낍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자기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또한, 기분이 나쁜데도 무엇 때문에 그런지 짚어보지 못한 채로 하루를 보낼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기분 점수는 자기 이해와 습관 개선의 발판이 됩니다.
기분 점수와 업무 성과는 보통 함께 좋아집니다. 직장 생활을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편안한 환경을 조성한 이들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나를 아는 것'입니다. 기분 점수는 쉽고 간단하지만 강력한 도구입니다.
기분 점수 기록은 매니지먼트의 리소스를 줄여줍니다. 팀원 개개인이 알아서 스스로 보살피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힘들어하고 있는 팀원을 만나서 고민과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구조와 체계를 통해 통해 자생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팀원 스스로 변화하고,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게 만드는 것의 힘은 그보다 강합니다. 별것 아닌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심리를 헤아리기 위해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만 소비되던 에너지를 체계와 구조의 영역으로 옮겨온 것은 우리 팀에게 의미가 컸습니다.
'기분 점수'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동료에게 업무를 요청할 때, 기분이 안 좋은 팀원을 관리해야 할 때, 팀원에게 신경 쓸 시간이 부족해 팀원의 상태를 잘 모를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서 기분 점수는 하나의 힌트가 되어줍니다. 느낌으로만 파악하던 요소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해 경향성을 분석함으로써 조직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이 기분 점수를 기록하고 분석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미팅/회의 숫자보다는 질이 기분에 더 큰 영향을 준다.
● 요일에 따라 기분 점수가 다르다.
● 자신의 기분 점수를 알면 스스로 기분을 관리하게 된다.
● 전체 팀의 기분 평균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소통의 양이 많은 팀원이 있다.
● 개인별로 자신의 과거 기분 점수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있다.
인사이트는 다시 액션 아이템으로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회의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회의 규칙을 재정비하고 회의방식을 교육할 수 있습니다. 팀 전체의 기분이 안 좋은 수요일에는 마사지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이벤트를 열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정답이 아닙니다. 조직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저희 팀 안에서도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서 우리 조직의 상황에 맞는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단순히 기분이 '좋다, 나쁘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추이를 살피고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면 상당히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은 어느덧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기분 점수'라는 제도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율이 떨어져 팀 전체의 경향을 파악하는 게 어려워지는 등의 어려움이 생겨났습니다. 여러 문제를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 과정들이 여러분께 좋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1단계: 회고 다이어리를 만들다
시작은 회고 다이어리였습니다. 회고 다이어리란 하루를 돌아보면서 그날의 느낌이나 고민을 일기처럼 가볍게 남기는 문화입니다.

처음 시작은 가볍게 접근하는 것에 신경썼습니다. 회고가 '일'처럼 느껴진다면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퇴근 전에 쓰는 가벼운 다이어리 정도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분량 제한이 없음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한두 줄만 적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참여를 적극 독려했지만 적지 않는다고 해서 따로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매달 작성 횟수를 리뷰하면서 간접적인 격려 정도만 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회고 다이어리의 기본 구성
회고 다이어리에는 기분과 컨디션 점수뿐 아니라 그날을 돌아볼 수 있는 문항을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단순히 기분만 적으면 어떤 이유 때문에 기분이 좋거나 나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유도 함께 적을 수 있도록 다이어리 형식을 빌린 것입니다.

위의 양식에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습니다.
● 기분&컨디션 태그: 데이터화할 수 있다. 특정일의 기분과 한 달의 평균 기분을 돌아볼 수 있다.
● 오늘 진행한 업무 리스트: 내 업무 방향을 점검할 수 있다. 팀원의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
● 오늘 하루에 대한 회고: 업무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 개인적인 얘기를 남길 수 있다.
● 레드 플래그: 업무에 지장을 주는 적신호를 뜻한다. 팀원의 자세한 고민을 알 수 있다.
저희는 이 양식을 여러 가지 형태로 바꿔가며 써봤습니다. 아티클 하단에 템플릿을 복제하실 수 있는 링크를 넣어 놨습니다. '업무 달성도' '잘한 점/개선점' '레드 플래그' 등 여러 문항 중 적당한 것을 골라 쓰시면 됩니다.
💡 레드 플래그(Red Flag)란?
사업/업무의 적신호가 될 만한 모든 요소를 말합니다.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든가, 업무적으로 막히는 지점이 발생했다든가, 개인적으로 업무 집중력이 떨어진 것 등등 일에 적신호가 될 만한 모든 내용을 자유롭게 적습니다.
회고 다이어리, 어떻게 시작했나?
기분 점수를 포함하는 회고 다이어리는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알고케어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시장을 혁신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때문에 누구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조언을 구하거나 배울 수가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내 손으로 길을 만들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회고 문화가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강력한 회고 루틴을 갖고 있습니다. 회고 다이어리도 그중 하나입니다.
● 일간: 회고 다이어리
● 주간: 전사 회의
● 월간 회고: 매달 마지막 주 주간 회의 때 팀별로 월간 회고 내용을 공유
● 원온원 미팅: 매달 팀장과 팀원의 원온원 미팅
● 분기: 동료에 대한 피어 피드백(peer feedback)
● 반기: 성과/역량 리뷰
많은 분들이 제게 회고의 첫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 물으십니다. 저는 항상 가벼운 시작이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팀원들에게 배경과 맥락을 먼저 설명하고, 문제의식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다음에 가벼운 테스트를 거쳐 차차 확대 적용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 써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취지에 공감하는 몇 명의 팀원들과 함께 테스트했습니다. 테스트의 과정은 모두가 볼 수 있는 노션 사내 게시판에 업로드됐습니다.

힘들이지 않고 꾸준히 기록하기만 해도 데이터가 누적됩니다. 시작은 팀원 스스로 자기의 기분을 돌아보는 것에 의의를 뒀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회고를 가볍게 참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제성은 없었지만, 의미 있는 데이터를 누적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작성 횟수를 정리해서 전사 회의 때 같이 점검했습니다.

매달 그래프도 그려 봤습니다. 의미 있는 발견도 따라왔습니다. 추이를 보면 동료의 기분이 특히 좋지 않은 지점들이 있습니다. 그 날짜의 회고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개인의 고민을 이해합니다. 이 동료는 언제 보통 기분이 좋지 않고, 어떤 점을 더 신경 써주면 좋을지 생각합니다. 기분 점수를 모으고 살피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견들이 덤처럼 따라왔습니다.
2단계: 기분 점수에 관한 4가지 가설과 검증
시간이 지날수록 팀 전체의 기분 점수에서 유사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만약 미팅이 많은 날에 팀 전체의 기분이 좋지 않다면 수를 조절해야 할 것이고, 이른바 월요병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나면 월요일에만 하는 이벤트를 기획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컨대 어떤 변수가 팀의 기분에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변수를 통제하면 팀 전체의 컨디션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1. 미팅 수가 영향을 미칠까?
● 가설: 미팅 수가 많은 날에는 전체적으로 팀 기분이 안 좋을 것이다.
처음에는 회의 수를 의심했습니다. 미팅과 회의는 모든 직장인을 피곤하게 하는 일정입니다. 알고케어 또한 초기 스타트업이라 함께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상황이 많았습니다. 지난 1년 간은 특히 회의가 잦았습니다. 그래프를 만들어 살펴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통계적으로 검증한 것은 아니지만 미팅 수와 팀 기분 점수는 반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팅이 많은 날에는 다들 지친 얼굴을 했는데, 결괏값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몇 달을 더 지켜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미팅의 수보다는 미팅의 질이 기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서로 건강하게 협업하고 좋은 결과가 나온 미팅은 기분 점수를 높였고, 문제점만 발견되고 의견이 잘 모이지 않은 날에는 기분 점수가 낮았습니다. 미팅은 이미 일상이었으므로 매일의 기분을 좌우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질 높은 미팅을 하거나 고단한 미팅을 한 날에만 그 영향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건강한 회의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여 우리만의 회의 규칙과 방법론을 재정리하고 회의 가이드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요일이 영향을 미칠까?
● 가설: 요일에 따라 기분 점수가 다를 것이다.
우리 팀이 한창 월요병을 앓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이어가던 원격근무를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는 요일에 따른 차이가 크게 드러납니다. 특별히 기분이 좋거나 나쁜 날은 여러 사람이 참여한 회의의 질이 높거나 낮았던 날입니다.

빨간 네모를 친 날짜가 월요일입니다. 수개월 동안의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월요병이 그 이름값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출퇴근 자체가 다시 몸에 익숙해지자, 한 주의 중간인 수~목의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치고 피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금요일마다 컨디션은 다시 좋아졌습니다.
요일에 따른 컨디션 변화를 어떻게 업무에 반영할지 고민했습니다. 월요일에는 어려운 회의를 피하고, 화요일에 워크샵이나 아이디에이션 회의를 잡는 등의 보완책을 구상했습니다. 당시에는 요일별 기분 점수를 참조해 전체 스케줄을 안배했습니다.
하지만 위 내용을 월간회의 때 몇 번 공유한 이후로 월요병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요일에 따른 경향성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요일별 추이 그래프를 공유받은 팀원들이 자신의 기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거나 서로를 다독여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컨디션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운동과 취미활동을 시작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자기의 기록을 그래프로 만들어 보여줬을 뿐인데 말입니다.
제가 추측하는 다른 이유는 근속 연수의 증가입니다. 회사가 창립된 지 1년이 넘으면서 반년, 또는 1년 이상 함께한 구성원들이 늘어났습니다. 회사 생활과 라이프 스타일이 루틴해지면서 요일에 따른 차이가 점점 줄어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기분 점수가 팀 매니징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시작했고, 저는 기분 점수를 높여주는 다른 변수가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3. 한 사람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까?
● 가설: 다른 사람과 소통이 많은 팀원의 기분이 전체 팀의 점수에 영향을 줄 것이다.
기분 점수 그래프가 팀 전체의 것과 비슷한 동료를 발견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자주 대화하고 협업이 많은 직원이었습니다. 팀원과 팀 전체의 기분 점수 그래프를 하나씩 겹쳐 보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팀원은 다른 팀과 협업할 일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업무 성격상 R&D팀, 개발팀, 마케팅팀과 함께 일해야 하는 팀원이었습니다. 물론 유사성을 인과관계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민감한 그가 다른 팀원들의 기분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 솔직한 그가 자기 감정표현을 자주 해서 동료들에게 영향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일 수도 있고요.
얕게나마 어느 한 구성원의 기분이나 의사 표현 방식이 팀 전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한숨이나 불평이 다른 팀원들 전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해당 팀원께 기분 표현이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기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성도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인원이 20명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미팅의 질, 요일, 특정 개인의 기분 점수 등 더 이상 단일한 잣대로는 팀 전체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관점을 바꿔 보기 시작했습니다.
4. 기록 자체가 주는 영향이 있진 않을까?
기분 점수의 높낮이를 따져보니 응답의 수 자체가 중요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고를 작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회고의 수가 적은 날에는 소수의 기분이 팀 전체의 것처럼 표현되곤 했습니다. 기분 점수가 더 이상 팀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응답 수(회색 선)와 팀 평균(주황색 선)을 함께 표현한 그래프
대신, 기분 점수를 분석하는 새로운 방향을 찾았습니다. 특이점을 찾아 개개인의 이슈를 파악했습니다. 회고 작성 수는 전날과 비슷한데 기분 점수가 크게 다르다면, 특정 사람의 기분에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주황색 선 위에 표시한 빨간 점이 이에 해당합니다.

개개인의 기분 점수도 뜯어봤습니다. 이때 개인의 기분 점수를 팀 평균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1~5점의 척도가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2점이 '그저 그런 보통날'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4점이 '그럭저럭 괜찮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기준값이 다르기에, 가장 유의미한 데이터는 자기 자신과의 비교였습니다. 지난해, 지난달 등과 대비해 보면 개개인의 업무 만족도도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어디까지나 일터에서 느낀 기분이니까요.
인원이 늘어나면서 서로 말도 몇 마디 못 해본 채 몇 주가 지나는 일도 잦아졌는데요, 그런 팀원에게 다가가고자 할 때 기분 점수는 좋은 힌트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분 점수는 소통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그래프상의 특이점에 드러나는 개인의 기분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개인별로 과거와 현재의 점수를 비교해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팀원들이 기분 점수를 잘 기록해줘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3단계: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3가지 시도
1. 템플릿 이름 바꾸기 : 회고 다이어리에서 반추록으로
회고 다이어리가 익숙해지면서 오래된 문화로 잊혀 가는 듯해, 다시 주목받아 보고자 이름을 바꿨습니다. 어떤 팀원이 소의 위장이 4개인 걸 알고 있느냐고 이야기를 꺼내 반추동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우리도 매일 회고를 하지 말고 반추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바로 리뉴얼을 했습니다. 이름과 이미지를 바꾸고 리마인드를 한 것입니다.

리뉴얼은 분위기를 환기하고 새로운 느낌을 줬습니다. 반추록이라는 특이한 이름 자체가 하나의 밈이 되어서 자주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참여율도 높아졌습니다. 제도를 다시 새로 고침하면서 화제로 만드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또한, 회고 다이어리는 내가 쓰는 재미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래는 한창 업무가 몰렸던 팀원 A님의 회고에 팀원들이 작성한 댓글입니다. 팀원 A님을 태그하면서 과업들을 몰아주던 리드 B님의 멋쩍은 웃음이 유쾌하기도 합니다.

인원이 지금보다 적을 때는 소통이 활발해서, 실제 업무를 서로 덜어주거나 문제를 개선해줄 때도 있었습니다. 댓글이 위로나 공감을 건네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2. 꾸준한 템플릿 개선: 업무 달성도, 칭찬하기 기능 추가
팀원 간 소통을 더욱 독려하기 위해 업무 달성도, 그리고 칭찬하기 기능을 더하였습니다. 단순히 일기처럼 회고만 적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날의 성과와 효율을 정량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끔 했습니다. KPT( Keep(좋았던 것), Problem(나빴던 것), Try(다음에 시도할 것)), 4Fs( Fact(사실), Feeling(느낌), Finding(배운 점), Future(실천할 것)) 같은 회고 양식도 적용해 봤는데 매일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웠습니다. 자유로운 회고 양식을 유지하되 업무 달성도와 칭찬 기능만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업무 달성도 체크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이 잇따랐습니다. 칭찬하기 기능은 소통과 격려를 위한 도구였습니다. 처음에는 백지에 자유롭게 적는 식으로 운영하다가, 참여율이 높아져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적용해 아카이빙까지 했습니다. 자기 회고록에 일기 쓰듯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을 쓰면 이것들이 데이터베이스로 모입니다. 월간 회의에서 한 달 동안 모인 서로에 대한 칭찬을 몰아서 보며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3. 슬랙 긱봇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 만들기
보다 더 쉽고 편하게 만들어 참여율을 높이고자 찾은 다음 방법은 슬랙 연동을 통한 자동화였습니다. 기업용 메시징 플랫폼 슬랙은 팀원을 쉽게 태그해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 메일보다 간편하고 빠른 소통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여, 저희 팀은 슬랙을 협업툴로 사용하는데요. 슬랙의 '긱봇(Geekbot)'이라는 자동화 툴을 통해 특정 시간에 알람을 줌으로써 편하게 참여율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기존에는 회고 다이어리를 작성하려면 노션에서 회고 다이어리 페이지로 들어가 하나하나 작성해야 했지만, 긱봇의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각자에게 DM(Direct Message)로 회고 다이어리 양식을 보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채팅하듯 입력하면 자동으로 기록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죠.

확실히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주고,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드니 참여율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슬랙 채널에 새로운 회고가 작성될 때마다 자동으로 알림이 오기 때문에 서로의 회고에 소통하는 것도 훨신 쉬워졌고요. 내용을 읽고 이모지로 감정을 표시할 수도 있어 소통이 더욱 활발해졌고, 기분 점수도 차곡차곡 잘 쌓이게 되었습니다.
💡 참가율이 높은 회고 다이어리 만들기 팁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다이어리 형식, 분량은 자유.
쉽고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별도 페이지를 만들지 않고 협업 중인 툴 내에서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동료에게 잘 읽힐 수 있게 만들어 활발한 상호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댓글이나 이모티콘)
어떻게 하면 동료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
직장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대 사회에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직장 생활은 우리 삶에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이 퍼지고 있습니다.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라는 집단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내가 더 행복하게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동료들과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신경 써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나의 하루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나는 어떨 때 힘들고 어떨 때 즐거운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업무가 나와 잘 맞고, 어떤 업무 방식이 내게 더 편한지, 무엇이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지는 고민해 봐야 아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과 고민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회고 다이어리가 큰 도움을 줍니다. 회고 다이어리는 동료에게 관심을 두고 마음을 나누기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 팀은 회고 다이어리를 통해 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고 다이어리조차 회고(a.k.a. 반추)를 통해 개선해 나갑니다. 조직문화와 업무 프로세스 또한 우리만의 답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담과 시행착오가 각자의 영역에서 애쓰고 있는 스타트업 동료분들께 참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회고 다이어리 템플릿―항목별 팁
회고 다이어리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해 템플릿을 공유해 드립니다. 다음의 노션 링크에서 양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에 각 문항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 노션 템플릿 📝 이용 방법]
● 템플릿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노션 계정이 필요합니다. 계정이 없으신 분은 노션 홈페이지에서 먼저 계정을 만들어 주세요.
● 노션 계정을 만드셨다면 '회고 다이어리 템플릿'📝 링크를 클릭하세요.
● 페이지 우측 상단에 표시된 [복제] 를 클릭하여 본인의 노션 워크스페이스에 템플릿을 복사하시면 됩니다.
💡● 오늘 진행한 업무
하루를 마무리할 때 각자의 To-do-List를 복사하여 넣으세요.
1)시간대를 함께 기록하면 업무 효율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 주간 회의 13:00~14:00)
2)내일 할 업무를 함께 기록하는 것도 좋음.
3)체크박스를 쓰면 남은 업무를 쉽게 알아볼 수 있음.
● 오늘 하루에 대한 느낌과 생각
업무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 하루의 컨디션을 적으세요. 특히 기억에 남는 일, 개인사, 요즘 기분 등을 일기처럼 쓰시면 됩니다. 회사와 관련이 없어도 좋아요.
● 계획한 업무 목표에 대한 달성도, 그 이유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달성도를 돌아보며 원인을 회고해 보세요.
● 새롭게 배우거나 느낀 점
매일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운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적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기도 하니 편하게 적어보세요.
● 개선할 점
문제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적습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세요.
● 레드 플래그
사업이나 업무에 대한 것뿐 아니라 회사 생활에 관한 내용도 기록하면 좋습니다. 업무 집중도와 만족도를 함께 회고하면서 관리하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 동료에게 느낀 점/칭찬 한 마디
팀원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쌓아나가 보세요. 작은 칭찬도 팀원에게는 큰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 바쁘다면 이거라도!
● 감정은 업무 성과를 좌우하며,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 하루의 기분을 정량화해 기록하면 나를 객관화하고 동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팀 전체의 기분의 추이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통해 업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 회고 문화가 정착되려면 협업 툴 안에서 부담 없이 기록하면서 활발한 교류가 오가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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