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오스틴 강과 함께한 No Phone Dining
너겟 | 2024-12-06
지난 11월 24일, 서울시 중구 묵정동의 한식 레스토랑 <묵정>에서 LG U+ 노폰클럽의 두 번째 에피소드, 핸드폰 없이 오감에 집중하는 식사 ‘노 폰 다이닝’이 열렸습니다. 너겟과 노 폰 다이닝을 준비한 헤드 셰프는 본업도 잘하는 남자 ‘오스틴 강’입니다. 그가 너겟 회원들을 위해 준비한 코스 요리와 노 폰 다이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인터뷰로 전합니다.
Q. 안녕하세요. 오스틴 강 셰프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오스틴 강입니다. 저는 모델과 방송 일을 겸하면서 셰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초에 한식 레스토랑 <묵정>을 새롭게 오픈해서 지금은 묵정의 오너 셰프로 일하고 있어요.
Q. 셰프님은 이번에 너겟과 첫 협업인데요. 혹시 이전에 너겟을 알고 계셨나요?
A. 협업 제안을 받고 너겟을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통신 회사인 LG U+가 ‘노 폰 다이닝’을 한다고 해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너겟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지향점을 들었을 때도 ‘착한 회사’라고 생각했고요.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무조건 매출을 올리는 데 급급하잖아요. 그런데 너겟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생각해서, 핸드폰 없이 활동하는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길래 정말 놀랐어요. 고객을 신경 쓰는 브랜드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Q. 말씀해 주신 대로 너겟은 ‘노폴클럽’이라는 타이틀 아래 다양한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셰프 님은 평소에 핸드폰을 자주 사용하시는 편인가요?
A. 스크린 타임을 봤더니 보통 6시간 정도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주방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사용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혼자서 식사할 때는 핸드폰을 보는 편이에요. 뭔가 시청하면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그때가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기도 해서 확인 못 한 메시지를 읽거나 묵정 sns에 업로드할 내용을 살펴보고, DM을 체크하는 등 주로 업무 관련 일을 하죠. 가끔 요리 관련 트렌드를 찾아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옆에서 누군가와 같이 식사하거나 외식할 때는 핸드폰으로 사진도 안 찍고, 음식과 대화 상대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서로를 더 알아가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나온 건데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매너가 아니잖아요. 제가 이렇게 약간 올드 스쿨 같은 면이 있어서 그런지 노 폰 다이닝의 행사 취지를 들었을 때 더 공감할 수 있었어요(웃음).


Q. 노 폰 다이닝이 열리는 ‘묵정’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프렌치 전문인 셰프님이 한식 레스토랑을 연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A.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죠. 대다수 교포들이 겪는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느끼는 혼란을 저도 겪었어요. 집 안에서 부모님이 해주시는 요리도 양식이었던 지라 늘 한식과 한국의 역사, 문화 등이 궁금했어요. 저에게 익숙한 요리가 양식이었기 때문에 프렌치 셰프로 요리를 시작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한식을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2019년~2020년 무렵에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가족을 소개받았는데, 한식으로 힐링 푸드를 선보이는 분들이었어요. 장도 직접 담그고 식재료도 손수 농사짓는 분들이었죠. 그분들을 만난 후로 ‘내가 선보일 한식은 이런 스타일이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었고, 5년 동안 한식을 깊이 있게 배우면서 준비한 레스토랑이 바로 묵정입니다.
Q. 묵정에서 선보일 한식 메뉴를 개발하며 고민하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11년간 수영 선수를, 약 6년간 수구 선수를 해 왔기 때문에 운동과 식단 조절이 익숙한 사람이에요. 무언가 먹을 때 영양 성분표를 보지 않아도 얼핏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식단 관리도 철저하죠.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편이었는데, 묵정을 오픈하면서 내가 먹는 건강한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나만의 아이덴티티와 묵정의 스토리가 담긴 한식을 선보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픈을 준비하며 <흑백 요리사>에 출연했는데,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에게 들었던 피드백도 큰 도움이 됐어요. 프렌치 요리를 베이스로 나만의 한식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선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묵정동의 로컬 스토리를 자연스레 메뉴에 녹여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 묵정동의 어떤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내셨나요?
A. 우선, 둥글고 납작한 검은 돌처럼 보이는 묵정의 로고는 깊은 우물을 모티프로 만들었는데요. 옛날에 이 동네에 스님들이 찾아오시던 큰 우물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어요. 우리가 우물에 가는 이유는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서잖아요. 이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저희도 묵정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웰컴 드링크로 콤부차를 먼저 대접해요. 식사 전 콤부차를 마셔서 소화를 도와주기 위해서요. 전통 발효 과정을 거쳐 몸에 좋은 유산균이 가득한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묵정의 요리 철학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편이고요.
Q.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묵정의 요리가 더 궁금해지네요. 이번에 노 폰 다이닝에서 너겟 회원들을 위한 코스를 준비하셨다고요. 어떤 컨셉과 메뉴로 구성하셨나요?
A. 너겟의 ‘life essential’ 브랜드 가치에 포커스를 맞춰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메뉴들로 구성했어요. 비기닝 메뉴로 하우스 샐러드와 두부 후무스를 서빙했는데요. 하우스 샐러드는 피쉬소스 대신 멸치 액젓을 넣어 감칠맛을 더하고, 어렸을 때 멕시칸 요리에서 자주 먹었던 살사를 제철 단감으로 만들었어요. 두부 후무스는 묵정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메뉴 중 하나예요. 보통 후무스는 마지막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두르는데, 저는 들기름을 넣었어요. 들기름을 넣어도 고소하고 맛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Q. 한국식 재료 사용은 물론이고, 셰프님이 자라며 접했던 식문화가 고스란히 묵정의 레시피에 담겨 있네요.
A. 네 맞아요. 오프닝 메뉴에서 선보이는 온선은 대구살과 동태살을 쪄서 케일 잎으로 감싼 요리인데요. <한국인의 식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해외 어린이들에게 K-급식 스타일로 요리를 만들어 준 적이 있어요. 그때 만든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묵정의 메뉴로 적용했습니다. 온선은 광어뼈와 디포리로 우려낸 따뜻한 육수가 부어지는데, 해장하기 좋을 만큼 국물이 시원해요. 온선과 함께 제공한 뿔소라 에스카르고는 프렌치 셰프인 제 경력을 살려서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메뉴예요. 촬영차 어느 섬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뿔소라 찜을 처음 맛봤어요. 근데 에스카르고와 생김새나 식감이 비슷한 거예요. 뿔소라를 에스카르고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묵정의 셰프팀과 레시피를 의논해서 완성했습니다. 에스카르고는 원래 파슬리로 페스토 소스를 만드는데, 저는 파슬리 대신 제주에서 많이 자라는 방아잎을 사용했어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기 위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청양고추를 위에 곁들였고요.
Q. 코스의 주인공인 메인 요리는 무엇이었나요? 마무리 메뉴 디저트도 궁금하고요.
A. 어렸을 때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한 상 가득 반찬을 차려놓고, 백 야드에서 종종 바비큐를 했는데요. 그때 보았던 풍경이 제가 생각하는 한식의 이미지예요. 다 같이 모여 푸짐한 한 상을 나누는 모습이요. 제가 기억하는 한식을 손님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묵정에 있는 두 가지 바비큐 요리 중 너겟 코스에서 제공한 건 홍삼 된장 오겹 바베큐였습니다. 저희 옆 동네가 또, 장충동이잖아요. 장충동 하면 족발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요. 족발과 비슷한 컨셉으로 살짝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스모키한 매력이 있는, 묵정의 시그니처 메뉴를 너겟 코스의 메인으로 넣었어요. 디저트는 건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흑설탕 빙수를 준비했고요.


Q.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참가자들은 셰프님이 준비한 여러 음식을 맛보면서 테이스팅 노트에 감상평을 적어볼 수 있었는데요. 테이스팅 노트에는 셰프님의 깜짝 손 편지도 들어 있더라고요. 편지에 어떤 내용을 담으셨나요?
A. 테이스팅 노트에 감상평이 있어서 솔직히 조금 긴장했어요(웃음). 저희 음식이 많이 먹어도 소화가 잘 되는 몸에 좋은 음식이다 보니 자극적이지 않고 맛이 슴슴한 편이거든요. 젊은 분들도 맛있게 먹어줄까? 하는 걱정이 조금 있었습니다(웃음). 편지에는 노 폰 다이닝을 통해 묵정에 오셔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시길 바란다고 적었어요. 핸드폰 없이 식사하는 시간이 힘들 수 있지만, 시도해 보세요! 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담았고요. 참가자분들이 처음에 너무 어색해하시면, ‘고향은 어디예요?’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다들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더라고요(웃음).


Q.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셰프님이 준비한 질문도 있었네요. 평소와 다르게 핸드폰 없이 식사하는 참가자분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사실 행사가 시작되고 처음엔 1층 테이블이 굉장히 어색했어요. 핸드폰이 없는 상황에서 약 20분간은 아무런 대화 없이 정적만 흘렀던 것 같아요. 음식이 서빙되면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고, 코스가 이어질수록 분위기가 점점 밝아져서 안심했습니다. 코스가 끝날 즈음에는 다들 친해져서 언제 어색해하셨나?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 주변 사람들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셰프로서 정말 뿌듯했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평소처럼 핸드폰이 있었다면, 사진을 찍거나 메신저를 하느라 음식과 사람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었을 거예요.


Q. 노 폰 다이닝을 함께하며 셰프님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A. 앞서 말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한식의 이미지는 다 같이 모여 함께 먹는 음식이에요. 이번 행사에서 고민 끝에 1인 코스로 요리를 제공하지 않고 두 명이 한 접시의 음식을 나눠 먹는 방식으로 제공했어요. 1인 코스로 나오면 자기 음식만 먹게 되지만, 음식을 셰어하는 방식이면 어떻게든 대화가 오가잖아요. 노 폰 다이닝을 통해 오늘 처음 본 분들도 식사하면서 친해지면,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서로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참가자들이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떨쳐내고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해서 이렇게 진행했는데, 바라던 대로 다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Q. 마지막으로 노 폰 다이닝을 함께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A. 묵정을 오픈하고 처음으로 진행하는 단체 행사였던 만큼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핸드폰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손님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서 어려웠는데요. 핸드폰이 없어도 처음 만난 분들이 음식에 집중하며, 음식을 매개로 친해지고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면서 저 역시 행복하고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묵정의 요리 철학을 이해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면 좋겠어요.
글 : 임재원
사진 :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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